백영남
담양인권지원상담소장--
 

며칠전 담양은 대나무축제가 한창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댓잎 물결처럼 사람들은 푸른 대숲 향기를 만끽하고 각 코너의 부스에서 제공하는 체험을 했다. 우리 상담소도 알쏭달쏭 OX퀴즈로 양성평등 의식을 스티커로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당하기 쉽다, 남자는 집안일을 해서는 안된다, 성폭력은 젊은 여자에게만 일어난다,
남자는 아무리 슬퍼도 울면 안된다' 라는 네 문항으로 실시했다. 참여대상은 축제 관광객으로 연령과 성별에 구분없이 실시했다. 대체적으로 남자도 집안일을 해야하고, 성폭력도 일어날 수 있으며, 슬프면 울 수 있다는 양성평등적인 생각의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당하기 쉽다"라는 문항에는 남자의 성은 본능이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 문제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하나는 강간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고정관념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강제로 성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간은 낯선 자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보다는 친근자 즉, 친구나 친지, 연인, 동네사람에 의해서 계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상담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70%에 달한다.

둘째로는 전통적 성역할의 각도에서 보는 사람은 강간을 성욕이 넘친 남성의 동기를 불러일으킨 여성의 잘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성을 고려한다면 강간을 정상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의 성역할의 표현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자에 의하면 강간범이 보통사람과 비교했을 때 성욕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며,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내려는 공격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인간은 여성이나 남성,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성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성적인 추동(drive)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정신적 장애가 없는 한 누구에게나 대뇌에서 성적흥분 상태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충분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침팬지이다. 침팬지는 우리사회의 남성중심의 문화처럼 우두머리 수컷이 집단을 이끌어간다.
그는 음식이나 발정기의 모든 암컷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수컷이 암컷을 마음대로 한 것 같지만, 암컷이 발정기일 때에만 교미행위가 이루어졌고 사람과는 달리 암컷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로 교미를 시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요약한다면 노출과 성폭력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여성은 처음에 상담실에 올 때 폭력유발자로서 자신을 본다. 즉, '내가 옷을 너무 야하게 입었어. 밤 늦게 돌아다녀서 성폭력을 당한거야. 내가 왜 거기에 갔을까' 하며 외부에서 보는 시선으로 내재화되어 심한 자책감에 빠져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하고서도 신고를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문화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귀인시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벌률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로 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성폭력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법률과 제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은 범죄이며 피해여성이 폭력의 희생자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에서의 제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